시중에 나와 있는 아무 수학책을 하나 골라서 그 구성과 내용을 살펴보자. 제일 처음에는 정의가 나온다. 그리고 그 정의에서 유도되는 다양한 성질이 소개되어 있다. 그런 다음에는 정의와 성질을 이용해서 정리를 증명하고 있다. 각각의 정리에는 그것을 이용해서 해결하는 연습문제가 딸려 있다. 어느 수학책을 펼치더라도 이 구성을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수학책으로 공부한 사람들의 머릿속에 수학은 어떤 학문으로 기억될까? 정의와 공식을 이용해서 문제를 푸는 것이 수학의 전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고는 수학책은 이와 같이 구성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게 된다. 그들은 정리와 그 증명이 없으면 수학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학책에는 많은 연습문제가 들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방식의 수학 교육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교육 공급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수학책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팔리는 책을 만듦으로써 불합리한 현실과 타협한 것이다.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이제는 수학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한다. 공식을 외워서 문제를 푸는 연습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워졌다. 문제 풀이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문제점을 발견했지만 해결책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수학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수학은 자연의 비밀을 알아내는 학문이다. 자연의 비밀을 알아내려면 자연의 체득과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따라서 수학책에는 자연을 관찰하여 그 안에 숨은 비밀을 찾아내는 과정이 들어 있어야 한다. 수학책을 통해 다양한 사회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수학책의 방향이다.
우리는 4,000종 이상의 수학책을 발간했다. 어떻게 그 많은 종류의 수학책이 존재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앞서 말했던 수학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면 가능하다. 문제 풀이 위주의 수학책은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수학 이론은 한정되어 있고, 그로부터 만들 수 있는 문제의 수도 한계가 있다. 새로운 문제라고 해봐야 기존 문제에서 숫자를 바꾸는 정도에 그친다.
수학책의 주제를 자연으로 돌리면 어떻게 될까? 자연에는 밝혀진 것보다 아직 베일에 가려진 것이 더 많다. 자연을 관찰하여 그 안에 숨은 수학 이론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수천 권의 책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을 증명한 수학자는 오일러이다. 오일러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로 손꼽힌다. 그는 평생 92권의 전집과 866편에 달하는 논문을 남겼다. 오일러는 대수학, 미적분, 정수론, 기하학 등 수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 커다란 공헌을 남겼다. 수학에서 처음으로 함수 개념을 도입한 것도 오일러이다. 다방면에 천재였던 오일러는 수학뿐 아니라 고전역학, 유체역학, 천문학, 광학 분야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보였다.
생명의 탄생과 소멸, 패턴과 패턴 붕괴까지 다루려면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 따라서 수학책에는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야 한다. 음악에도 수학이 들어 있고, 철학에도 수학이 들어 있고, 문학에도 수학이 들어 있다. 이것을 수학책으로 만든다면 위대한 음악가의 수만큼 수학책이 만들어질 것이다. 위대한 철학자의 수만큼 수학책이 만들어질 것이다. 세계적인 대문호의 수만큼 수학책이 만들어질 것이다. 여기에 그들이 살았던 사회와 역사까지 더해지면 수만 수천 권의 수학책이 새로 만들어질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연의 비밀을 알아냈으면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첨단 산업 기술을 만들어 내야 한다. 즉, 수학 이론이 실생활에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다루어야 한다. 이것을 수학책으로 펴낸다면 그 양은 어마어마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