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비밀을 알아내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행복과 자연의 비밀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사람들은 자연의 구성 요소이다. 따라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비밀은 자연 속에 들어 있다. 현대인들은 잘못된 식습관과 환경의 오염,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암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암에 걸렸다고 생각해 보자. 그 사람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사람은 자연의 구성 요소이므로 자연에 큰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자연은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자정 작용(self-purification)이다.
암 치료제는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어떤 화합물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암 치료제는 발명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의 외로움을 달래 주고 미묘한 감정들을 고려해 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사람들은 행복해질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이것 또한 행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람들에게 생명 연장의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시켜 줄 수 있는 것들에는 신약의 개발, 예방과 예측 의학, 여러 가지 의료 진단 기계, 기술 장치 등이 있다.
수학은 자연의 비밀을 알아내는 학문이다. 자연의 비밀을 알아내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행복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들을 통틀어서 첨 단 산업 기술이라고 부른다. 수학은 모든 첨단 산업의 원천 기술이다. 한 나라의 수학 실력은 한 나라의 국가 경쟁력이다.
그리스 시대에 들어 수학은 자연의 비밀을 알아내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자 했던 그리스인들의 욕구는 수많은 수학 이론을 새롭게 만들어 냈고 그 이론을 높이 받들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들에게 있어 수학은 자연을 탐구하는 방법이었고, 자연과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는 열쇠였다. 그리스인들은 수학 법칙을 자연의 짜임새가 담긴 정수로 여겼다.
그리스 이전의 고대 문명 사회에서 바라보는 자연은 무질서하고 해석이 불가능한 대상이었다. 사람들은 자연을 공포스러운 대상으로 여겼고,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모두 신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고, 전염병이 돌면 기도를 통해 분노한 신을 달래는 것이 전부였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고, 전염병이 잠잠해질 때까지 하늘을 향해 기도를 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신의 존재에 더욱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스 시대에 들어서면서 자연을 이성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지식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스인들은 신이 인간과 자연을 좌지우지한다는 믿음에 의심을 품었고, 자연을 대할 때,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방법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신화와 종교는 배척되었다. 자연에는 숨겨진 법칙이 존재하고 그 법칙에 따라 작동할 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는 질서도 있다는 새로운 신념이 생겨났다. 사람들이 이성적인 행위를 통해 자연을 이해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기까지 수학의 역할이 매우 컸다.
수학을 통해서 자연 현상을 이해하고 우리가 처해 있는 물질 세계를 파악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준 사람은 플라톤이다. 그는 물질 세계가 이상 세계를 본뜬 불완전한 세계이므로 수학자와 철학자는 이상 세계를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라톤은 수학을 통해 자연을 이해했던 피타고라스학파의 사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자연 자체를 수학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자연의 관찰을 통해 기본적인 진리를 대충 파악할 수 있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이성 행위만으로도 진리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플라톤이 말하는 이성 행위가 곧 수학이었다.
자연의 비밀을 알아내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첨단 산업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 주는 분야로 생체 모방이 있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자연의 모습을 모방하고 응용하여 과학 기술을 발전시켰다. 물론 처음에는 자연 그대로의 형태를 이용했다. 예를 들어, 동물의 날카로운 이빨이나 뼈를 이용해서 칼이나 창을 만들었고, 더욱 견고한 도구를 만들기 위해서 돌을 쪼개거나 갈아서 사용했다. 자연의 형태를 그대로 이용한 경우도 있지만 자연 속에 숨어 있는 원리를 활용한 경우도 많았다. 나무가 물에 뜨는 것을 보고 뗏목을 제작하기도 했고, 누에고치에서 비단실을 뽑아서 옷을 만들어 입었다. 이처럼 자연의 모습이나 원리를 이용해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생체 모방’이라고 부른다.
생체 모방(biomimetics)은 생명을 뜻하는 bios와 모방이나 흉내를 의미하는 mimesis라는 그리스어를 합성해서 만든 단어로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적인 요소나 생물체의 특성을 연구하고 모방하는 학문이다. 과거부터 자연을 모방하기는 했지만 그 모양만을 흉내 내는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날에 들어 관찰 장비와 제작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생체 모방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자연을 닮기 위한 인간의 노력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것으로 ‘찍찍이’라고 불리는 벨크로가 있다. 1948년 메스트랄(George de Mestral)은 열매 껍질에 갈고리가 있어 동물의 털에 잘 달라붙는 도꼬마리를 보고 벨크로를 발명했다. 벨크로를 보면 갈고리처럼 생긴 한쪽 면이 털이 붙어 있는 다른 쪽 면에 달라붙는 구조를 하고 있다. 벨크로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매우 편리해졌다. 벨크로는 의복, 신발, 가방 등 많은 제품에서 단추와 지퍼를 대신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무중력 상태의 우주선에서 물건을 고정하는 데 활용되는 등 쓰임새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병에 대한 치료제를 찾아낸다는 것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병에 대한 치료제는 자연 속에 어떤 화합물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자연에서 발견한 대표적인 치료제로 아스피린이 그것이다. 히포크라테스가 아스피린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아스피린이 진통, 해열 작용을 한다는 것은 수메르 등 고대 중동 지역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날처럼 제약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에서부터 이미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아스피린은 본래 천연 의약품이었다. 버드나무 껍질을 달여낸 물이 바로 아스피린이었다. 1830년대에 버드나무 껍질 속의 ‘살리실산’이라는 성분이 약효를 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다는 말처럼 살리실산은 먹기 힘들 만큼 맛이 고약했고, 심각한 위장 장애를 일으켰다. 1897년 펠릭스 호프만이 아세트산과 살리실산을 섞어서 이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것이 최초의 아스피린이다. 당시에 아스피린은 장티푸스나 류머티즘에도 효과가 있다고 밝혀지긴 했지만 주로 진통제, 해열제, 소염제로 사용되었다.
육체적 건강만큼이나 현대인에게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건강이다. 현대인들은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지만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외로운 존재이다. 여러 세대가 모여서 함께 살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사람들은 홀로 떨어져 지내는 경우가 많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외로움을 달래 주고, 사람들의 미묘한 감정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기계, 기술 장치가 필요하게 되었다. 현대인들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심지어는 길을 걸어가면서도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을 검색한다. 잠시라도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통로가 된다. 문자 메시지나 사진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동시에 자신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잊으려고 한다. 외로움을 달래주거나 미묘한 감정을 잘 고려해 줄 수 있는 것, 사람들의 생명 연장의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시켜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이것이 첨단 산업 기술이다. 수학은 모든 첨단 산업의 원천 기술이다. 따라서 한 나라의 수학 실력은 그 나라의 국가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