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관찰을 통해 무늬를 찾아내는 일이 수학 공부의 시작이다. 자연의 구성 요소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가진 독특한 성질을 무늬를 통해 드러내 보인다. 수학에서 다룰 수 있는 대상이 되려면 그림으로 그릴 수 있어야 하는데, 그림으로 그릴 수 있으려면 관찰을 통해 무늬를 찾아내야 한다. 생명체를 세심하게 관찰한 후, 무늬를 찾아내고 이를 그림으로 그려 내는 사람들이 생물학자이다.
무늬를 찾았다면 이번에는 무늬들의 모둠인 패턴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자연은 자신의 패턴을 쉽사리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수학자들은 숫자와 문자를 고안해 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수는 셈을 하기 위해 쓰여지고, 문자는 식을 세우는 도구라고 간주한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관찰을 통해 찾은 무늬마다 숫자나 문자를 붙일 수 있다면 무늬들의 모둠인 패턴은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다시 말해, 숫자와 문자는 무늬 속에서 패턴을 찾아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학적인 도구이다. 자연의 패턴을 알아내면 자연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패턴은 숫자와 문자들이 어우러진 관계식이며 이것이 곧 화학식이다. 자연의 구조는 프랙털 도형이다.
화학자들은 눈에 보이는 형태가 있는 것들에 대하여 이름, 즉 화학식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이 세상은 형태가 없어도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수학자들은 형태가 없는 것들에 대하여 부단히 이름을 붙이는 사람들이다. 패턴의 발견만으로는 자연의 비밀에 온전히 다가섰다고 볼 수 없다. 자연의 패턴 속에는 또 다른 패턴이 한없이 존재하고 한편으로는 패턴 붕괴도 일어난다. 이런 것들을 한눈에 볼 수 있으려면 사람들의 차원이 높아야 한다. 더더구나 패턴은 자연의 공간 속에 갇혀 있으므로 시간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시간을 따라 움직이는 공간을 이해할 수 있어야 자연의 규칙성을 찾을 수 있다. 규칙성이란 패턴의 정적인 개념과는 달리 시간을 따라 움직이는 연속성을 지니고 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자연의 규칙성을 찾을 수 있을까? 규칙성이 없어 보여도 자세히 보면 뭔가 규칙성이 있어 보이는 비선형 구조인 물리학의 세계는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생명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명체의 내부에 어떤 힘과 보이지 않는 법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물리학자들이 다루는 세계가 이런 카오스이다.
많은 사람들은 산수와 수학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둘의 차이점을 알아보기 전에 대수학이 무엇인지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수학은 숫자 대신에 문자를 사용하여 수와 수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수학의 한 분야이다. 언뜻 산수는 대수학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산수에서는 ‘어떤 수’라든가, ‘얼마인지 정확히 모르는 수’ 또는 ‘얼마가 되어도 상관없는 수’를 나타내는 기호가 없기 때문에 수를 일반적으로 다루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수학에서는 숫자 대신 a, b, c 등의 문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산수보다 자유도가 높다.
예를 들어, ‘5+3=3+5’를 살펴보자. 여기서 5를 a, 3을 b로 바꾸어 나타내면 ‘a+b=b+a’의 문자식이 만들어진다. 이때, a와 b에는 어떤 수라도 들어갈 수 있으므로 대수학에서는 하나의 식으로 모든 경우를 나타낼 수 있게 된다. 즉, 산수는 특수한 상황만을 표현할 수 있지만, 대수학에서는 일반적인 상황으로 표현이 가능해진다.
같은 원리를 적용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은 문자를 이용하면 사람들에게 해결 방법을 간단하고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문자의 사용이 수학을 편안하게 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다시 정리를 해 보면 산수는 하나의 사실에 한하여 공부하지만, 수학은 일반적인 법칙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문자의 사용 여부이다.
수학에서 문자를 사용한다는 말은 자연의 구조를 구체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뜻과 같다. 무늬를 찾아 그림으로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무늬들의 모둠인 패턴이 보이지 않으면 무늬마다 숫자나 문자를 붙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을 관찰하고 그림을 그린 후에 숫자와 문자를 붙였다고 해서 항상 패턴이 찾아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패턴을 찾았다고 해서 그 패턴이 현상의 실체라고 확실하게 말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 속에는 패턴과 패턴 붕괴가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패턴과 패턴 붕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우리가 호수면을 들여다보면 잔잔한 물결이 일정한 패턴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나뭇잎이 수면 위로 떨어지면 동심원 물결이 그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새로운 패턴이 들어옴으로 해서 원래의 물결 패턴이 붕괴되고 있다. 여기에 바람까지 분다면 계속해서 패턴 붕괴가 일어나게 되고, 결국에는 규칙을 찾아내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단순한 물결에서조차 패턴과 패턴 붕괴가 일어나는데 생명체 속에는 얼마나 많은 패턴과 패턴 붕괴가 일어나고 있을까?
생물학자, 화학자들이 자연의 모습을 그림으로 나타냈다고 하더라도 패턴이 쉽게 보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패턴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패턴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자연은 인간의 감각과 이성으로 판단하기 힘든 더 높은 차원의 수학적 짜임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패턴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면 그림에 문자나 숫자를 붙여서 살펴보아야 한다. 수학은 자연의 비밀을 알아내는 학문이다. 그리고 숫자나 문자는 자연의 비밀 즉, 패턴을 찾아내는 수학자의 도구이다. ‘문자의 사용은 수학을 편안하게 했고, 속도의 개념은 수학을 위대하게 했다.’라는 말이 있듯이 숫자와 문자는 자연의 비밀을 알아내는 수학자들의 도구, 즉 관념론의 토대가 되고 있다.
자연의 비밀을 알아내려면 자연의 관찰을 통해 무늬를 찾아내고(생물학의 세계), 자연의 구조인 프랙털을 이해한 다음(화학의 세계), 보이지 않는 힘과 법칙의 세계인 카오스(물리학의 세계)를 알아야 한다.
자연 과학의 꽃인 수학은 생물학과 화학, 물리학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자연은 화학의 세계인 프랙털과 물리학의 세계인 카오스가 구조적인 연관 관계를 가지고 있다. 모든 자연의 생명체들은 이런 연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런 모든 자연의 구성 요소들이 앞으로 어떻게 생성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소멸되어 사라질 것인지를 예측해 내는 학문이 수학이다.
수학을 통해 예측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생명체에 대한 삶과 죽음에 대한 비밀을 알아냈다는 것을 뜻한다. 자연 속에서 규칙을 찾아내면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 바로 이런 의미이다. 자연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다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수학은 모든 첨단 산업의 원천 기술인 것이다. 자연의 비밀을 알아내는 일련의 연습 과정을 통해 바람직한 수학 교육이 구현되면 국가의 미래를 보존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학년의 수학 교과서에 들어갈 단원은 바람직한 수학 교육이라는 원칙에 따라 구성되고 편제되어야 한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을 통틀어 첨단 산업 기술이라고 부른다. 모든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첨단 산업 기술은 그 나라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한 나라의 수학 실력은 한 나라의 국가 경쟁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의 미래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수학 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